기고뉴스홈

국가가 농지를 통제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북한식 토지개혁’의 망령을 걷어치워라 – 이종학 합천정책포럼 이사장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사유재산권 짓밟는 반시장적 폭거
이재명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는 고강도 농지 전수조사와 강제 처분 방침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농사짓지 않는 자는 땅을 팔라”며 헌법상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는 농촌의 현실을 손톱만큼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국가 공권력으로 사유재산권을 짓밟는 반(反)시장적 폭거다. 이러한 행보는 삼성과 SK 등 대기업 회장들을 압박해 반도체 공장을 호남 등 특정 지역에 짓게 만드는 등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대놓고 위반하는 반헌법적 정치 행위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국가가 민간의 재산과 대기업의 경영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 오만한 발상은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청년들과 농민들이 왜 그토록 분노하며 서명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경자유전 원칙에 따른 농지 취득 및 소유 규제 완화에 관한 청원’이 진행 중이며, 과도한 농지 규제가 농촌 인구 유입을 막고 사유재산을 침해하므로 이를 전면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사유지를 감시감옥으로 만드는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
특히 최근 입법예고된 농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가히 충격적이다. 조사원이 남의 사유지에 마음대로 출입해 조사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불법 임대차를 고발하면 포상금을 주는 ‘농파라치’ 제도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지목을 안 바꾸면 과태료를 물리고 강제이행금을 때리는 등, 온 나라 농지를 감시감옥으로 만들겠다는 기세다. 이처럼 국가가 눈을 부릅뜨고 사유지를 감시하며 소유권을 압박하는 일방통행식 방식은, 80년 전 해방기 김일성이 자행했던 ‘북한식 토지개혁’의 잔혹한 그림자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남북의 운명을 가른 토지개혁: ‘소유권’ 대 ‘통제권’
역사를 되돌아보면 남북한의 운명과 체제 전쟁의 승패는 바로 이 토지개혁의 성격에서 갈렸다. 대한민국이 단행한 농지개혁은 ‘유상매수·유상분배’ 원칙에 기반하여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농민들에게 온전한 사유재산으로서의 ‘소유권’을 확립해 주었다. 자기 땅이 생긴 농민들은 밤낮으로 피땀 흘려 일했고, 이 사유재산의 힘이 자작농 체제를 확립하며 대한민국 자본주의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위대한 초석이 되었다. 반면, 1946년 3월 김일성 주도로 시행된 북한의 토지개혁법은 ‘무상몰수·무상분배’라는 달콤한 말로 농민을 속였다. 지주들의 땅을 강제로 뺏어 나눠줬지만, 법령 제10조에 ‘매매 금지, 소작 금지, 저당 금지’라는 쇠사슬을 채웠다. 농민에게 준 것은 땅을 사고팔 수도 없는 무늬만 좋은 ‘경작권’에 불과했으며, 결국 북한 정권은 이를 빌미로 전 토지를 국유화하고 집단농장화하여 농민들을 국가의 거대한 노예로 만들었다. 역사적 체제 전쟁의 승리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한 남한의 압승이었고, 북한식 통제 경제의 결과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처참한 굶주림과 실패뿐이다.

AI 농업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구시대적 잣대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 실패한 북한식 통제 경제의 망령을 2026년 대한민국 농촌에 다시 소환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역사의 후퇴일 뿐만 아니라,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촌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는 조치다. 최근 카이스트(KAIST) 연구진조차 한국 농업의 가장 큰 위기로 ‘극심한 인력 부족’을 꼽으며 첨단 기술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지금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농사를 짓는 ‘AI 농업 시대’다. 한 사람이 첨단 기술로 수만 평을 원격 관리하는 시대에, 옛날 조선 시대식 ‘몸으로 직접 농사짓는 사람만 땅을 가져라’라는 해묵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임차 농지마저 사라지면 지방 소멸 가속화될 것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청년 후계농 육성과 귀농 인구 유입의 길을 정부가 스스로 막아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에 연고가 없는 청년이나 귀농인이 처음부터 수억 원의 돈을 들여 땅을 사고 내려올 수는 없다. 처음에는 지주들에게 농지를 유연하게 임차해 기반을 잡고,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 서서히 정착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정부가 지주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처분 압박을 가하면, 지주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무차별 해지하고 땅을 묶어버릴 것이다. 결국 청년들은 임차할 농지 한 평 구하지 못해 귀농을 포기하고, 안 그래도 소멸해 가는 합천 같은 지역 농촌은 그나마 들어오려던 젊은 인구마저 끊겨 완전히 고사하게 된다. 투기꾼 잡겠다는 빈대 잡기식 규제가 우리 농촌의 미래를 통째로 태워 먹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이 경자유전을 규정한 본래 취지는 농민을 보호하고 농업을 살리기 위함이지, 국가가 농민과 지주를 감시하고 사유재산을 강탈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 농촌에 필요한 것은 숨 막히는 규제가 아니라, 외부 자본과 청년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농지 소유와 거래의 빗장을 과감히 푸는 유연한 제도 개선이다. 사유재산권과 자유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공 방정식을 부정하는 통제식 농지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