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론마당(오피니언)

마라톤 풀코스 골인 지점을 바라보며

옥철호
합천군 주민복지과장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굶주리고 헐벗던 시절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철부지 젊은이는 1970년대 중반 끝이 보이지 않는 42,195km 마라톤 풀코스와도 같은 공무원의 길을 출발 했습니다.
공무원이란 신분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긴장 속에 살아야 했고 대학을 다니지 못한게 늘 가슴속의 짐이었는데 야간대학이라도 다녀 졸업할수 있게 되어 그 짐을 내려 놓을수가 있었습니다.
공무원 생활도 하늘(날씨)이 도와야 편하게 할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태풍과 장마, 한해, 폭설등 자연 재해가 중간 중간 힘들게 했고, 시대상황에 따라 산아제한에서 인구증가시책으로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 권장에서 휴경답, 대북 쌀 지원 등 쌀 소비정책으로 땔감용 벌목단속에서 나무를 속아내는 숲가꾸기 사업등 정책이 180도 바뀌는 상황을 지켜 보았고 스마트폰 등장과 전자 정부시대를 맞아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컴퓨터를 들어다 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분야 신기술을 따를수가 없어 이제 막 입사한 영리하고 샤프한 젊은 인재들에게 체면 불구하고 배워야 하는 서글픈 현실을 받아 드려야 했습니다.
민선 지방자치시대 출범은 정책의 전반적인 변화는 물론 지방공무원도 중앙이나 도청으로부터 제약을 조금 들 받는 대신 지역주민들로부터 감시를 받아야 되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공무원 초창기 6급 계장 자리가 너무나 높아 보였고 과장이 되면 조금 더 편할줄 알았는데 봉급 더 주는게 그냥 주는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저 고개길을 오르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꿈과 희망의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몇 번의 가파른 고개길을 오를때는 힘에 부쳐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3남매를 출산하면서도 산부인과에 한번 가지 않고 자연 분만한 탓에 허리가 뒤틀려 아직도 휴유증이 남아 있는 아내, 출근한 남편을 대신해서 모든 집안일을 혼자서 책임져 오면서 분유 값 아끼려고 3남매 모두 모유로만 키워낸 아내, 가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며 식당종업원, 슈퍼마켓, 농공단지 생산직등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험한일 마다 않고 묵묵히 내조해준 아내, 그렇지만 정작 자기것 하나 없는 아내가 있었기에 무사히 힘든 고갯길을 오를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한 두딸과 직장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막내 아들도 우리 부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부자집 아들딸로 태어났으면 풍족하게 호강스럽게 자랐을 탠데 박봉인 공무원 가정의 아들딸로 태어난 탓에 늘 쪼들리면서 어렵게 커 왔는데 그래도 부모 속 한번 안썩이고 항상 밝고 명량하게 반듯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너무나 자랑 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우리보다 더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골인 지점이 눈 앞에 보입니다.
1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까지 40년 외길 인생,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울속의 나를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거울속의 나는 어느새 늘어난 주름살과 흰 머리칼등 인생의 계급장만 주룩 주룩 달고 있는 손자 둘을 둔 할아버지가 되었네요.
저 골인 지점을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어떤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나도 모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길을 나는 또 다시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신 하창환 군수님과 동료 직원님들, 친구들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또 감사 드립니다.
언제나 소중한 내 고향 합천, 나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 가겠습니다. 그리고 합천군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응원하고 또 노력 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