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 열 개-변명규
세상살이 어렵다고, 힘든다고, 너무 고달프다고, 너무 외롭다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가 가서는 안될 길로 가고 마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어렵고 고달프더라도 용기와 인내와 희망으로 이겨내고 행복을 찾는 사람도 많다. 나 혼자 노력으로 힘든 길을 헤쳐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참으로 어렵다.
고비를 맞았을 때 누군가 조금만이라도 도움을 준다면 그것이 큰 힘이 되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어차피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어떠한 경우이든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고 그 도움이 발판이 되어 삶의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골목길에서 빠져나와 살만한 길이 열리면 자신이 받은 도움을 누군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를 형성해 가는 동력인 것이다.
여기 살아가면서 작은 것에서 인연을 맺어 훌륭한 결실을 맺어가는 사례가 있어 흐뭇하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막노동으로 생활비와 검정고시 학원비를 벌던 시절. 밥값이 없어 저녁은 거의 굶을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저녁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주머니에 400원밖에 없었다. 오뎅 한 개 사먹고 국물만 열 번 떠먹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지 아주머니가 오뎅을 열 개나 주었다. “어차피 퉁퉁 불어서 팔지도 못하니까 그냥 먹어요.” 허겁지겁 먹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 후에도 퉁퉁 불어버린 오뎅을 거저 얻어먹곤 했다. 그때 저는 아주머니께 나중에 능력이 생기면 꼭 갚아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도 졸업하고, 운 좋게도 대기업 인사과에 취직했다. 아직도 그 포장마차가 그곳에 있을까 싶어 찾아가 보았다. 6년 만이었다. 여전히 장사를 하고 계셨다. 그런데 아주머니 옆에 아들이 함께였는데, 다리를 심하게 저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이라 마땅한 취직자리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아주머니가 안쓰러웠다. 우리 회사는 장애인을 전문으로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58세까지 정년이 보장 되고 학자금도 보장되는 회사. 당장 회사 부장님께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부장님은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아들이 채용되자 아주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셨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나는 대답했다. “제가 먼저 빚 졌잖아요. 그걸 갚았을 뿐인걸요.” 나에게는 어렵지 않는 일이 그 분에게는 절실한 일이었고,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게 그분이 필요하지 않기도 하다. 당신의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몇 백배의 가치를 가진다.
-사랑 밭 새벽 편지 중에- 옮겨온 글
한 푼이 아쉬운 노점상의 할머니에게는 오뎅 한 개의 가치가 적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배고파 허덕이는 젊은이를 보고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뭔가가 가슴을 파고 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라는 큰 사랑이 작용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어머니라는 단어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젊은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는 것에만 생각이 머물지 않는 것이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 그 모습에서 내 아들딸 이상으로 어머니의 사랑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어머니로서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 사랑이 젊은이의 몸에 전수되어 잊지 않고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할머니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최선을 다해 할머니의 어려움을 해결해 줌으로써 은혜에 보답하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흐뭇한 이야기인가.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이 우리나라가 힘들게 굴러가고 있다. 아니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뒷걸음질 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처방이 연일 뉴스를 독차지하고 있어 안타깝고, 허탈하고, 배신감에 젖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애잔한 마음이 짓눌러 오고 있어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언제쯤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인지 심히 염려스러운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우리사회가 아직 살맛나는 사회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솔로몬왕의 지혜로운 말처럼 ‘모두 다 지나가리라’에 맡겨두고 서로 돕고, 배려하며 항상 행복이라는 일상에 몸과 마음을 담그고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