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첫 여성대통령의 불명예퇴진-권해조
권해조
논설위원
전 국민이 존경받는 새 대통령을 바란다
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에 퇴진하였다.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제18대 대선에서 51.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첫 여성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으로서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을 약속하고 출범하여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났다.
박대통령은 1952년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사이에 장녀로 태어나서 1961년부터 18년 동안 권력의 중심 청와대에서 성장하였다. 1974년 프랑스 유학중 어머니의 서거로 귀국하여 22세 나이로 퍼스트레이드 역할을 하였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흉탄에 쓰러지자 그해 11월 청와대를 떠났다. 그 후 근영, 지만 두 동생을 보살피며 은둔생활을 하였으며, 1980년 영남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7개월 만에 물러나고, 동생 근영씨와 갈등으로 육영재단 이사장도 사임했다.
1997년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정치생활이 시작되었다. 1998년 대구 달성보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2004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파문과 노무현대통령 탄핵’여파로 한나라당이 침몰하자 당대표로 추대되어 소위 ‘천막당사’를 발판으로 299석 가운데 121석을 확보하여 ’보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였다. 2006년 6월 당대표에서 물러날 때까지 재.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여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 패하여 깨끗이 승복한 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2011년 12월 다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19대 총선에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152석을 얻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박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통령에 취임 후에 61%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국정운영은 순탄하지 못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을 시작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정윤회 문건파동 등의 악재 등으로 지지율 30%까지 하락하였다. 특히 작년 4.13 총선을 앞두고 소통과 협치의 부족과 여당의 친박, 비박계의 충돌로 민심이 돌아서면서 제 1당마저 빼앗겠다. 그 후 9월부터 미르. 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사건이 터지고 10월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어져 대통령 지지율이 4% 대로 급락하였고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되고, 92일 만인 지난 3월10일 헌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이 결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0월과 11월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와 올해 1월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신년 인사회를 통해 ‘단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대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친인척도 멀리하였으며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며 누구보다도 깨끗한 대통령으로 상징되어왔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최순실 씨가 권력을 차용해서 사익을 챙길 공간을 만들어 주어 20년간의 정치인생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말았다.
박대통령의 퇴진에 미국을 포함한 중국, 일본 등 주요외신들도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평화적 시위로 대통령 교체를 이끌어낸 한국의 성숙된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북핵 등 현안의 불확실성 증가를 우려했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대통령의 기막힌 몰락의 주인공이 됐다.’고 보도하였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조기대선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더욱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주사위은 이미 던져졌다. 이제 앞으로 일이 더욱 중요하다. 아직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실망과 불복하는 사람들이 많고, 탄핵의 후폭풍으로 사회가 패닉(panic)상태이다. 그러나 비록 부당한 판결이라도 겸허히 수용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동참해야 한다. 그동안 식물정국으로 사드배치를 포함한 한미한중 관계, 헌법개정, 역사교과서 문제 등 산적한 과제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 급선무는 60일 이내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5월 10일에는 새 정부를 탄생시켜야 된다. 선관위에 의하면 이번 대선의 사전선거운동은 탄핵인용 직후부터 적용되며, 5월 9일 선거일이면 대선 출마공직자는 4월 9일까지 사퇴하고, 4월17일부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대통령후보자는 단순한 인기위주공약을 버리고 안보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정책을 충분히 검토하여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 국민들도 조속히 분노의 광장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서 탄핵정국의 뼈아픈 교훈으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민주적인 소양과 법치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비록 짧은 선거기간이지만 전 국민으로 부터 존경받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위대한 새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