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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개다-문경자

애완견들도 낯선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나타내며 위협을 준다. 개 팔자가 상 팔자다 하는 말처럼 놀고 먹는 개가 부럽다는 뜻도 있지만 나름 살아 가는 삶이 순탄하겠는가! 주인에게 귀여움을 받기 위해 온갖 재롱을 떠는 모습은 애처롭기도 하다. 개는 개다 하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정을 주고 사랑해 주면 사람들과 친숙한 사이가 된다.
무더운 여름 날이면 혓바닥을 들어 내고 골목을 걷던 영철이네 누렁이 똥남이는 동네서 인기가 최고였다. 외로운 어른들에겐 친구가 되어 웃음도 주었다. 어느 곳에서나 마주치면 누렁이는 꼬리를 흔들어 반가워했다. 여자들에겐 꼬리가 떨어져 나갈 만큼 힘차게 멋있게 춤을 추 듯 까불거렸다. 영철이 닮아서 똥남이도 너무 여자를 밝힌다며 어른들은 우스개 소리도하였다. 어느 봄날이었다. 처녀 총각들도 분홍빛 사랑이 피어났다. 누구와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는 소문이 바람결에 들렸다. 짐승들도 그런 냄새가 난다는 풍문이 돌았다. 살구꽃이 피었다. 담장아래는 옆집 똥녀가 봄볕을 쪼이면서 눈을 감고 있었다. 골목길을 산책하던 똥남이는 암 컷의 향기 맡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똥녀는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뜨자 말자 똥남이에게 걸려들었다. 눈이 뒤집힌 똥남이는 얼씨구나 하고 구애를 하는 것이었다. 공개적인 사랑 표현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들었다. 나를 좋아한다며 따라 다니던 개구쟁이 남자애도 와 있었다. 어른들은 그들의 사랑 놀음에 신이 났다. 쭈그리고 앉은 아저씨, 담배 피우는 더벅머리 남자, 수염이 긴 할아버지, 코흘리개 영필이, 물동이 이고 가던 처녀는 개들의 사랑 놀음에 보기가 민망하여, 엉덩이가 춤을 추 듯이 달아 났다. 영순이네 엄마는 뭘 보냐 하며 ‘영순아 집에 가자’ 하고 손을 잡아 끌었다. 공개적인 연애가 시작되는 순간 사람들 볼에는 살구꽃잎이 날아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넋을 잃고 보느라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떤이는 입가에 침을 흘렀는지 손으로 썩 닦았다. 아이들은 저리 가라 하지만 호기심에 끝까지 보고 있었다. 장난기 심한 남정네들은 우물에서 물을 한 대야 받아 똥남이와 똥녀에게 마구 퍼부었다. 구경꾼들의 웃음에 어느 샌가 둘 이는 도망을 치고 똥남이는 저만 살겠다고 멀리까지 달아 났다. 똥녀는 순산을 하고 새끼는 네 마리 낳아서 동네 사람들에게 분양을 해주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할머니도 분양 받은 강아지만 예뻐 해주었다. 낯선 사람을 보면 멍멍하고 짖으며 개의 본성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며칠 전일이었다.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예요’했다.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만 얼굴을 보는 사이였다. 할말이 있다면서 2층 여자가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자초지종 얘기만 들었다. 자기네 작은방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힌다며 같이 가보자고 해서 개 끌려 가듯이 한 숨을 쉬며 따라 들어 갔다. 들어 서자 말자 검정색의 개가 덤벼들었다. 애완용이라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강도가 차츰 높았으며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주인 여자는 못 본 채 하였다. 물이 떨어지는 천장에만 신경을 쓰며 설명만 늘어 놓았다. 어느 사이 개는 내 자주색 반바지까지 물고 흔들었다. 킁킁거리면서 눈은 번득이고 독기 뿜은 행동이 압박감을 주었다. 천장에만 신경 쓰고 방심을 하는 동안 일순간에 개는 늑대같이 변하여 내 허벅지 안 쪽을 이빨로 깨물었다. 순간 광견병이라도 걸리면 미치는 거 아니야 내심 겁이 났다. 오른 손으로 왼 쪽 허벅지를 꾹 눌렀다. 그때서야 주인 여자는 물린 곳을 보자고 했다. 깨문 자리에 붉은 자국이 보였다. 깜작 놀란 여자는 많이 아프지요 어떻게 하지 라며 연고를 발라 주었다. 말도 못하는 개에게 따질 수도 없었다. 살다가 보니 별일도 다 있네. 혹시 수캐한테 물린 것 아니냐며 친구는 우스개 소리도 했다. 그날 밤 비몽사몽 개가 물고 늘어 지는 꿈 때문에 진땀을 뺐다.
개는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한 짐승이지만 때로는 늑대나 이리처럼 무섭게 변할 수도 있다. 개한테 물려 본 사람은 그 무서움에 대한 기억 때문에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 집에서 기르는 개도 언젠가는 그 속성이 드러날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