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은행잎 떨어지는 소리 – 佳松허종학 가회중학교 재단이사장
하늘도 드높고, 알밤이 터지는 소리와 누렇게 익은 황금 들녘 코스모스의 하늘거림, 청초한 들국화의 내음이 온통 가을을 풍요롭게 하는 결실의 가을이다. 우리에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이 있다. 그 네 계절 중에서 봄을 좋아하는 사람,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 계절의 특성에 맞추어 자기의 성향에 따라 제각기 다르기도 하지만 사람들 중에서는 대부분 가을을 선호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모든 여건들이 우리 삶과 생활에 너무 적응이 잘되는 원인도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우리의 한국처럼 사계가 뚜렷하고 자연과 산천이 아름답고 경치가 좋은 곳도 없는데 사람들은 외국 여행 간다고 전쟁을 방불케 해서 이해하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곳, 외국이란 호기심의 유발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좋은 가을, 살찐 가을도 도시의 가을은 너무 빈약하고 볼거리가 없고 가을이 깊어간다기에 그냥보내기엔 조금은 아쉬워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니 가을꽃 국화가 아름답게 피어있고 주변의 가로수에서 낙엽이 하나 둘씩 떨어지면서 뒹구는 게 가을이 깊어 감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 멋지고 아름다운 가을을 이 좁고 갑갑한 아파트 안에서 가을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도심을 벗어나 시골의 가을을 맛볼까 해서 친구들이랑 단풍이 유명하다는 주변산 배냇골과 운문산 계곡을 한바퀴 돌았다. 가는 길마다 오곡은 누렇게 익어 황금빛으로 물들고 길가엔 아름다운 국화꽃들이, 그리고 탐스럽게 익은 과일들, 거기에다가 울긋불긋 온 산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햇빛을 받으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어떤 딴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모두들 한마디. 정말 좋다! 아름답다! 세계 어느 곳도 한국의 가을만큼 좋은 곳도 없으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마음에 두고 좋아하는 것 같다.
삶이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 이 좋은 대자연의 신비와 계절의 묘미를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게 어쩜 바보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게도 느껴진다. 몇 백 년을 사는 것도 아니고 잠깐 머물다, 소풍 왔다 가는 인생이라고 하는데…
자연은 인간을 위해 푸르름도, 공기도 갖가지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주지만 인간은 자연을 위해서 무엇을 주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도 한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 밤이 새고 이 밤이 가면 내일은 11월로 접어든다. 순간 찰나에 결실의 가을에서 낙엽의 계절 11월로 바뀐다. 사람은 맥박이 뛰고 숨을 쉴 때는 인간이지만 맥박이 끊어지고 호흡이 멈추는 순간부터 인간이 아니다. 순간 찰나에 삶이 죽음으로 바뀌고 10월이 11월로 바뀌면서 모든 양상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순간, 찰나에 살고 있다고들 하는가 싶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세월은 가게 마련이고 꽃이, 단풍이 제 아무리 좋고 아름다워도 변하고 지게 마련이고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화와 복, 피면지고 이 모든 것들이 병행하면서 삶의 조화는 이루어지는 것인가 싶다. 아무리 좋고 귀중한 것이라 해도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10월! 이 아름다운 10월을 보내기가 아쉬워 붙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어차피 가야하고 갈 10월이기에 잘 보내고 낭만의 계절 낙엽이 뒹구는 11월을 보람과 반가움으로 맞을까 한다.
아듀 2017년 10월!!!